트렌드 이야기
썸의 미학, 소셜다이닝으로 승화된 햄릿증후군


햄릿증후군이란 어떤 일에 대해서 확고한 결단이나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우유부단한 성향을 대표하는 말입니다. 선택장애나 결정장애를 그렇게 일컽기도 하죠. 햄릿은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데요. 극 중에서 햄릿은 그의 우유부단함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을 죽음에 몰아 넣습니다. 계획한 복수에 성공하지만 끊임없이 망설이는 성격 때문에 결국 자신도 죽음을 당하게 되죠.


 

우유부단함, 결단력의 부족은 그렇게 부정적인 성격의 대명사로 여겨져 왔는데요. 최근에는 그 특성이 긍정적인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의 배경에는 모바일 SNS의 확대와 확실한 모범답안이 아니면 선택을 주저하는 세대적 특성, 개인주의의 확대와 경제의 장기적인 침체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불확실성이 일상화된 현실에서, 무한한 선택지의 달콤함을 누리고는 싶지만 책임지는 것은 싦어하는 현대인의 갈대같은 마음을 반영하는 현상이라고 볼 수도있겠죠.


썸타는 세상


변형된 햄릿증후군의 대표적인 현상은 바로 ‘썸’입니다. 흔히 ‘썸타다’라는 표현으로 많이 사용되는데요. ‘썸’이란 ‘썸씽/Something’의 준말로 남녀가 교제하기 전 이성 간의 미묘한 감정을 뜻하는 말입니다. 썸은 예전에 주로 사용되던 ‘밀당(밀고 당기기)와는 차이가 있는데, 밀당의 최종 목표가 ‘사귀는 사이’가 되는 것임에 반해 썸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썸을 상징적으로 표현하자면 ‘간질간질 하되 구질구질 하지 않은 관계’라고 할 수 있는데요. 밀당이 일대일 관계에서 이루어짐에 반해 썸은 여러 사람 사이에서 동시에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썸이 일상화 되어가는 것은, 너무나 많은 가능성, 그리고 선택지가 존재하기 때문에 명확하게 ‘이거다’라고 결정하기 보다는 ‘좀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고려하면서 결정을 미래로 미루는 경향 때문입니다. 그러나 썸타는 관계를 유지하기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서로 호감이 생기면 사람의 마음이란 게 더 깊은 관계로 나아가고 싶기 마련인데, 썸을 타려면 관계가 깊어지지 않도록 마음을 관리할 수 있어야 하는 까닭이에요. 소위 말하는 ‘찌질남’, ‘진상녀’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치밀한 자기관리가 필요한 거죠. 썸이 우유부단함의 상징인 햄릿증후군에서 파생된 현상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일정한 감정수위를 관리하고 관계가 깊어지려 할 때 떠남을 결단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참 아이러니합니다.

 


썸의 확장, 소셜다이닝


썸을 타면서 치고 빠지는 트렌드는 연애 시장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일상적인 인간 관계에도 그 현상은 이어지고 있는데요. 살아가다 보면 친구나 연인을 자주 보고 싶어도 약속 장소나 시간을 정하기가 번거롭거나, 또는 바쁘다는 이유로 만남을 거절당할까 걱정이 되는 경우가 종종 생깁니다. 이런 상황을 피하려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나면서, 요즘은 시간되는 사람들끼리, 또는 거리상으로 가까운 이웃끼리 모이는 ‘소셜다이닝’이 트렌드로 뜨고 있습니다.


  

소셜다이닝/Social Dining은 SNS를 통해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서로 만나 식사를 즐기며 편하게 인간관계를 맺는 활동을 말합니다. 이 게릴라성 만남은 매번 정기적으로 참석해야 한다거나 불참 벌금이 있다거나 하는 부담이 없이, 그 자리에 참석해 맛있게 먹고 즐길 수 있습니다. 이 트렌드가 점차 보편화되면서 시장규모도 커지고 있는데요. 지난 2012년 처음으로 소셜다이닝을 시작한 ‘집밥’의 경우는 올해 초 기준 2,800개가 넘는 모임이 이루어졌고 700만 명이 넘게 방문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그냥 밥을 같이 먹기 위해 모였는데 요즘은 취미나 봉사를 함께 하는 등 모임의 성격도 다변화되고 있다고 하네요. 집밥을 포함해 톡파티, 위즈돔, 온오프믹스 등 열 개가 넘는 소셜다이닝 사이트가 성황을 이루고 있다고 합니다. 


 

이는 동창회나 향우회처럼 어떤 결속을 기반으로 모이는 모임이 아니기 때문에, 만남 이전의 관계를 저울질 하거나 그 이후 상황에 부담을 갖을 필요도 없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일회성 관계’가 선물하는 ‘부담감 없음’은 다양한 가능성, 불투명한 미래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오히려 순간의 투명함으로 인식되기도 합니다. 일회성, 익명성이라는 부담감 제로는 친한 친구나 가족에게도 털어 놓지 못하는 고민을 서로 주고 받는 역할을 하기도 하는데요. 깊이 있는 관계, 혹은 가벼운 만남은 각각 장점과 단점이 있기 때문에 어떤 것이 정답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인터넷,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시대의 트렌드도 다양하게 바뀌어 가는 것 같은데요. 세상에 고정된 정답은 없으니, 변화하는 상황을 잘 살펴 보면서 잘 적응해 가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요. 남들보다 앞서 가지는 못하더라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해 갈 필요는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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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20 07:00